
시골 장날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장바구니를 들고 바쁘게 오갔고, 상인들의 목소리가 골목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장터 한쪽, 오래된 좌판 앞에 젊은 여성이 조용히 서 있었습니다.
한참 동안 빈자리를 바라보던 그녀가 갑자기 마이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노래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도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노래가 이어지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 명, 두 명 발걸음을 멈추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왜 하필 이 낡은 좌판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을까요?
그 자리에는 오래전 한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여성이 어린아이였던 시절, 장날 아침이면 할머니는 누구보다 먼저 집을 나섰습니다.
무거운 보따리를 등에 지고 몇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장터로 향했습니다.
비가 오는 날에도, 찬바람이 부는 겨울에도 할머니의 좌판은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어린 손녀는 그런 할머니에게 묻곤 했습니다.
“할머니, 힘들지 않아?”
할머니는 늘 같은 말을 했습니다.
“우리 식구들 배부르면 할머니는 괜찮아.”
그때 손녀는 그 말의 의미를 몰랐습니다.
수십 년이 지나서야 알게 된 것
세월이 흘렀습니다.
손녀는 어른이 되었고, 할머니는 더 이상 장터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손녀는 어린 시절 할머니를 따라다녔던 장터를 다시 찾았습니다.
그리고 할머니가 평생 앉아 계셨던 자리를 발견했습니다.
낡은 의자 하나.
그것을 바라보는 순간 손녀는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한꺼번에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새벽마다 보따리를 싸던 모습, 추운 날 손을 비비던 모습, 물건 하나가 팔리면 환하게 웃던 모습….
그제야 손녀는 깨달았습니다.
할머니가 그 좌판에서 팔았던 것은 물건만이 아니었습니다.
자식과 손주를 먹이고 입히기 위해 자신의 젊음과 세월까지 내놓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손녀는 그 자리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할머니에게 살아 계실 때 하지 못했던 말을 노래로 전하고 싶었습니다.
노래가 이어지자 손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습니다.
그리고 장을 보러 왔던 사람들도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렸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오래전에 돌아가신 할머니를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에게도 그런 사람이 한 분쯤 있지 않을까요?
곁에 있을 때는 몰랐지만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그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 알게 되는 사람 말입니다.
GAJA TV에서는 앞으로도 평범한 사람들의 삶 속에 숨어 있는 사랑, 이별, 가족, 후회와 그리움을 사연과 노래로 계속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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